내년 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추진중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정부간 협상이 농산물의 관세인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자는 일본측의 요구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양국간 FTA 체결로 한국산 농산물이 대거 유입될 것을 우려하는 일본내 반대여론이 확산되면서 한·일 FTA가 한국측의 '제조업 개방반대'와 일본측의 '농산물 개방저지'라는 맞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26일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 8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한·일 FTA협상에서 양국은 관세인하 적용 기준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당초 9월께 상대국에 제출키로 했던 상품양허안(시장개방 계획서)을 아직까지 교환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양국간 FTA의 관세인하 목표치를 품목 기준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설정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한·일 FTA의 무(無)관세 교역 목표 비중이 90%로 정해질 경우 이를 무관세 품목수가 아닌 전체 교역액 비중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현재 43.8%의 고(高)관세를 매기는 농산물 품목의 관세는 건드리지 않고 한국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공산품의 관세만 낮추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산 농산물의 일본 수출이 증가하면서 일본 내에서 한·일 FTA 체결시 농산물 수입급증을 우려하는 농촌지역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농업계 반발이 심했던 한·칠레 FTA 협상 때의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으로 나간 한국산 농산물 수출규모는 지난해 5억4천만달러로 전년대비 16.7% 증가,농산물 분야 무역수지에서 3억8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일본으로의 공산품 수출은 거의 0%에 가까운 관세를 인정받고 있어 농산물 분야의 대폭적인 관세인하가 필요하다"며 "다음달 1일에 열리는 일본과의 6차 협상에서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