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전문 컨설팅업체 사장인 K씨는 최근 예비투자자들을 데리고 속리산 인근 지역 계곡에 붙은 땅을 답사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마침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단풍을 본 예비투자자들은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면서 너도 나도 땅을 사겠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K사장은 쓴 웃음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땅 자체가 아니라 1∼2주면 사라질 단풍만 보고 흥분했기 때문이다. 땅 전문가들은 봄·여름·가을에 땅을 보는 것은 화장한 여자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봄에는 꽃이,여름에는 무성한 나뭇잎이,가을에는 단풍이 있어 땅 모양과 경사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또 경관에 홀려 땅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따라서 땅은 겨울에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겨울에 땅을 보는 것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의 화장 안한 얼굴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어 그 땅의 모양과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봄·여름·가을에 땅을 볼 때는 풍경보다도 땅의 맨살을 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