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최근 쇳물을 만드는 일관제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주도해 온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이 언제 고로 사업에 진출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지 않고 있다. 당진 공장(옛 한보철강)을 정상화한 뒤 국내외 철강 수급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투자 시점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2006년 말까지 총 2조원을 들여 당진공장의 열연 및 냉연공장을 연차적으로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열연 및 냉연공장 가동을 통해 철강 관련 기술을 확보한 뒤 고로 건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오는 2007년 하반기께 구체적인 투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간 3백만t 가량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 1기를 짓는 데만 2조원 이상이 필요한 만큼 자금 확보도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당진공장을 정상화하는 데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방치돼 녹슬고 낡은 열연 및 냉연설비를 개·보수하는 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로를 건설할 부지 문제도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게 현대차그룹 입장이다. 한보철강이 코렉스공법의 용광로 건설을 추진했던 B지구는 고로를 짓기에 비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INI스틸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업 효율성을 감안해 당진 인근에 추가로 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 구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어야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철강 전문가들은 자동차 강판 등 탄탄한 철강제품 수요 기반을 갖추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일관제철사업에 뛰어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0년까지 국내외에서 5백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자동차 5백만대를 생산하기 위해선 연간 약 4백만t의 냉연강판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다양한 부품에 쓰이는 특수강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의 철강사업 강화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1일 한보철강 인수 후 처음으로 당진공장을 찾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독자적으로 고품질 철강재를 조달하지 않고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철강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