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다음 달 8일부터 미국 달러화 통용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령을 25일 발표함으로써 쿠바 경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등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들의 외화 송금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많은 쿠바인들은 당장 자신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경제전문가들은쿠바 정부의 무리한 조치가 쿠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조치에 당황한 쿠바인들은 은행으로 몰려가 사정을 물어보느라 은행 창구마다 장사진을 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대부분의 아바나 시민들은 신문을 통해 정부 발표 내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거시경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쿠바인의 일상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일대 사건이다. 우리는 모두 달러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태 진전이 두렵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달러화 통용을 금지하면서 이에 대한 후속 대책은 밝히지 않아 향후 국제거래 및 국내 상거래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우선 달러화 통용 금지 조치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바 데 아라곤 플로리다 국제대학 쿠바 연구소 소장은 "지난 10여년간의 달러화 통용은 쿠바인의 경제생활에 숨통을 열어주었으나 이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가족으로부터 매달 100달러를 송금받는다는 한 주부는"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걱정이다. 달러화를 페소로 바꾸려면 10%의 수수료를내야하는 데 그러면 10달러를 잃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큰 돈"이라고 하소연했다. 쿠바 중앙은행 포고령에 따르면 오는 11월 8일부터는 은행과 환전소에서 10%의수수료를 내고 페소화로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11월 8일 이전에는 수수료 없이 달러화를 페소화로 교환할 수 있다. 쿠바는 지난 90년대 초반 구소련의 붕괴로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되자 미국 달러화의 통용을 허용하는 경제 자유화를 단행했다. 쿠바 정부는 관광 수입을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93년 달러화 소유를 합법화했다. 쿠바 정부가 달러화 통용을 금지한 것은 미국 정부가 쿠바로 달러화를 송금한은행에 대해 제재를 가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40여년 동안 쿠바에 대해 경제제재를 시행해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5월 쿠바에 달러화를 송금한 스위스의 UBS 은행에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워싱턴.아바나 AFP=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