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34
수정2006.04.02 12:36
"국내 자본을 우선해야 양질의 외국자본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을 국제적 투기자본의 사냥터로 전락시킬 위험이 높아가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소 주최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투기자본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 진출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상무는 "자본 차익 실현에만 관심이 있는 국제 투기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이 황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 국내 은행들의 경영권이 외국계 펀드로 넘어간 것과 관련,"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투기적 외국자본들이 은행 경영권을 인수해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외면하는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창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자본시장 개방조치와 관련,"우리가 깔아놓은 지뢰에 국내 기업들이 당하는 걸 보니 이건 문제가 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적대적 M&A 방어제도 보완 시급
이날 토론회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관련 국내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왕 상무는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 외국 자본 유치에만 몰두한 나머지 외국인 투자규제는 지나치게 완화한 반면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차등의결권주 제도와 금융회사의 안정주식 보유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을 외국계 자본의 M&A 시도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라는 것.
그는 이같은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국내에서도 보유주식수의 변동 외에 보유목적 변경 시에도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5%보고제도'를 강화하고,보유목적 변경시에는 일정 기간동안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미국식 '냉각기간제도(cooling-off period)'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시장 '투기적 부동화' 심화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폐해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이회수 투기자본감시센타 운영위원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 은행들을 인수해 가계 금융에 치중하면서 금융자금과 산업투자 간의 연결 고리가 단절되고,자금의 단기투기적 부동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계 투기 자본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법망을 우회해 국내 은행들을 인수하고 있으며,금융시장 안정 노력은 외면한 채 '무임승차'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은행법을 손질해 페이퍼 컴퍼니를 규율하고,기존 대주주도 사후에라도 엄격히 은행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은행 매각시 최대 주주에게 절대적 지분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이 충돌하는 사태를 스스로 조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