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도 굶어야할 지경" .. 음식점 올 15만곳 휴.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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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삼성역과 포스코빌딩 사이 식당가.
음식점 위치로는 최고의 황금 상권으로 손꼽히는 이 곳 식당들도 요즈음엔 메뉴가 차별화된 몇몇 집을 빼고는 대부분 파리만 날리고 있다.
평일인 27일 점심시간에도 손님이라고는 두세 팀이 고작이었다.
"먹는 장사가 최고라고요? 한번 해보세요.
들어간 돈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월세도 안 나옵니다.밥집도 굶어죽을 지경이에요."
이 거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윤모 사장의 얘기다.
"아래층 고깃집은 올 들어서만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8천만원 하던 권리금은 3천만원으로 떨어졌고요.
그나마도 1천만원은 건물 주인이 물어주었을 정도입니다."
음식점들이 신음하고 있다.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소득세.부가세 공제율은 낮아져 업주의 세금부담은 늘어났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는 2.7%에서 5%로 올라가 지출이 늘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말까지 전국에서 휴·폐업한 음식점은 15만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20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광우병 조류독감 파동으로 음식점이 대거 문을 닫았던 지난해 17만여개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규모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장사가 안되면 점포를 다른 주인에게 넘기거나 차선책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권이 좁은 지방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주인과 임차인간 갈등이 심각하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강원도에서는 음식점 주인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명의변경이나 폐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야반도주한 사례까지 보고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코엑스 창업박람회에 참가했던 김상천 콤마치킨 사장은 "상담자의 절반 이상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놀랐다"며 "독립점포 형태로 음식 장사하던 사람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랜차이즈 점포로 잇따라 전환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음식점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에서 나와 음식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비해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외식비 지출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것.
5가구당 1개꼴로 음식점이 과다한 상황에서 모든 가게가 제대로 운영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사장은 "우리나라 외식시장은 과당경쟁과 영세성이 특징이어서 장기간 불황이 계속될 경우 견디기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세 등 세금과 카드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것도 음식점들을 벼랑으로 몰고간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L사장은 "세금 부담 증가로 할 수 없이 음식값을 올렸지만 손님들이 가격에 민감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