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의 보루중 하나인 음식점이 무너지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세금부담 증가,카드 수수료 인상 등 3중고 때문이다. 실업율이 높아지면서 신규 창업자들이 대거 몰려 들었으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 업소당 매출은 크게 줄었다.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등 세제혜택이 줄어들고 신용카드 수수료가 인상된 점도 업계엔 고통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업계는 5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겨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불황 장기화 불황의 터널은 음식점들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백90개 음식점이 문을 닫고 있다. 연말까지는 약 20만개소가 휴·폐업할 것이란 게 한국음식업중앙회의 예상. 이로 인해 5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새로 생겨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중앙회는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낙지요리점 주인 J씨는 "낮 시간에는 그런대로 자리가 차지만 올초부터는 저녁시간 손님이 뚝 떨어져 월세 1백50만원 내기가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내달부터 지금 하는 식당업을 그만두고 월세가 싼 수도권 신도시로 점포자리를 찾아 나설 작정이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신규 참여자는 오히려 늘어 과당경쟁이 벌어진 것도 음식점들이 벼랑에 몰리게 된 요인이다. 일반 음식점은 지난 2001년 57만여개,2002년 59만여개,2003년 60만여개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손님이 줄어드는데 공급자가 증가하면 시장이 요동칠 것은 당연한 일. 당장 경기 회생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음식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세금부담 증가 음식점에 대한 세금은 지난해부터 무거워졌다. 현재 음식점은 연간 5백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 매출액의 1%를 소득세 과세표준 산출 때 공제받고 있다. 이는 작년 말까지 적용하던 공제율 2%의 절반이다. 업계는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율'을 2%로 환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불황으로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든 마당에 세액공제까지 절반으로 줄어 추위가 더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음식점들은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부가가치세 공제를 받을 때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다시 높여 달라고 주장한다. 현행 부가가치세 관련 규정은 식재료인 농수축산물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음식점에서 가공된 농수축산물에 대해서는 과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점들은 농축산물 구입 가격의 일정비율을 세액공제해 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전 1백5분의 5 정도였던 공제율이 지난해부터 1백3분의 3으로 낮아져 세금 부담이 커졌다며 최근의 극심한 불황을 감안해 이를 1백10분의 10 정도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상 카드사들이 일부 음식점에 대해 수수료를 2.7%에서 5%로 올린 점도 음식점들에 부담이다. 음식점업계에서는 그동안 '30% 이상 마진을 못 남기면 바보'라는 게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불황으로 이제 그러한 불문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세금부담 증가에다 카드수수료 인상으로 순이익의 2.3%를 고스란히 까먹는 사실을 점주들은 참기 힘들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점주들은 4천5백원짜리 김치전골을 5천원으로 올리는 등 음식값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에 극도로 민감해진 소비자들은 5백원 인상에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상-음식값 인상-매출부진'이란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버렸다는 게 점주들의 하소연이다. 강창동·송주희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