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입 어렵다"...달러 팔자 쇄도 .. 4년만에 환율 1120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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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4년여만에 1천1백40원선을 밑돈지 이틀만에 다시 1천1백20원대로 내려앉았다.
경기부진과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등에도 불구하고 엿새째 하락세를 지속한 배경이 주목을 모은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25일 달러당 원화환율이 5원70전 내린 데 이어 27일도 4원60전이나 하락하는 등 사흘간 12원가량 떨어진 원인을 재정경제부가 시장개입의 고삐를 늦춘데서 찾고 있다.
현재 시장 자체는 환율하락 요인과 상승 요인이 혼재돼 있는데 시장개입이 느슨해지면서 아래쪽으로만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하락 요인으론 우선 국내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엔·달러환율 하락세를 꼽을 수 있다.
이날도 엔·달러환율은 글로벌 달러약세의 영향으로 1백6엔대까지 밀렸다.
반면 환율상승 요인으론 외국인들이 15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점이 꼽힌다.
주식을 판 돈을 외국으로 반출하려면 국내 시장에서 달러를 사야하므로 환율상승 요인이 된다.
국내 경기가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점에서도 원화가치는 상승할(환율이 내려갈) 이유가 별로 없다.
따라서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향후 지속적인 하락이냐 상승 반전이냐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환율 하락폭이 커진 것은 결국 외환당국의 환율방어 의지가 무뎌진데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지난 25일 1천1백40원선이 깨질 때도 외환당국이 나서지 않은데다 지금과 같은 장에서 시장개입이 어렵다고 본 시장참가자들이 달러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개입을 기대했던 시장참여자들이 허둥지둥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얘기다.
재경부로서도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비판여론이 거센데다 지금처럼 세계적인 달러 약세에 역행하는 시장개입은 돈만 쏟아부을 뿐 별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과도한 개입으로 환율방어용 '실탄'이 바닥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환율전망과 관련,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시장 자체로 보면 1천1백30원대가 뚫린 이상 1천1백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단기간 환율이 급락한 터라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업계 애로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선 개입 여력이 별로 없는 재경부 대신 한국은행이 나설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재경부와 환율문제로 마찰을 보였던 한은도 환율의 급속한 하락보다 연착륙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환율 공조'가 이뤄진다면 환율이 어느정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이례적으로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이 실명(實名)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 한은 개입의 신호탄인지 주목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