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추세가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한 후 등락이 심해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유가 하루 만에 5% 급락=뉴욕상품거래소에서 27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2월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2.71달러(4.9%) 급락한 52.46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의 이날 하락 폭은 지난 6월2일 이후 최대로,이로써 WTI 선물가격은 2주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WTI 가격은 장초반 전일 대비 보합권에서 맴돌았으나 미국의 유류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면서 급락세로 반전했다. 이날 미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3백90만배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증가 예상치(1백만배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원유재고 증가와 함께 난방유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켈 쿠퍼는 "생산은 늘어나고 수요 증가세는 주춤해졌다"고 지적했다. ◆"추세 전환했다" 분석도=국제유가의 예상 밖 급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 원유재고 급증으로 유가가 일시 하락했을 뿐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는 분석과 현 수급을 감안할 때 유가가 상투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추이를 볼 때 추세 전환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수급을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유가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연초 배럴당 30달러를 밑돌던 WTI 선물가격은 현재 80% 정도 급등한 상태다. 지난 9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는 하루 등락 폭이 커진 것도 전형적인 상투 징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회를 엿보던 투기세력들이 재고 급증을 빌미로 대대적으로 선물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오크트리에셋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퍼블릭은 "시장이 과매도 상태였다"며 "투기적인 자금이 원유시장을 떠나면서 유가가 55달러에서 강한 저항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상품분석가 네드 릴레이는 "유가는 한두달 안에 지금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