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의장의 위독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75세인 그가 사망할 경우 중동 정세의 격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라파트 의장은 27일 밤 약 10분간 의식불명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10여일 전 걸린 독감으로 심한 구토와 복통 증세를 보여온 아라파트 의장은 이날 아흐마드 쿠라이 현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전 총리 등 자치정부 수뇌부와 회합 도중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졸도 후 요르단의 주치의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주요 간부들이 요르단강 서안 라마라 자치구의 의장공관으로 집결했다. 팔레스타인 치안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 파리에 머물던 그의 부인도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2년간 아라파트 의장을 사실상 연금해온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그가 치료를 위해 공관을 벗어나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의장은 그가 공관을 비운 사이 이스라엘군이 점거할 것을 우려,이를 거부하고 공관 내 치료를 받아왔다. 의장 측근은 "그의 용태는 곧 진정됐지만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다"며 중태설을 부인했다. 최근 초음파 진단에서 담석이 발견됐다든가 대장암에 걸렸다는 소문도 일축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반세기 가까이 팔 독립운동을 이끌며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그의 죽음은 중동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 확산과 충돌 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의 사후 장지를 둘러싸고 팔측은 동예루살렘 공동 성지 안장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지만 이스라엘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또 다른 중동 분쟁의 불씨가 될 소지마저 있다. 또 팔레스타인 내 주요 정파와 무장단체 간의 균형 역할을 해온 그가 없어질 경우 하마스 등 무장세력의 행보도 '포스트 아라파트' 시대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