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해약 좀 해주세요."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해약을 요구하는 계약자들의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입주시점이 임박했지만 팔리지도 않고 임대도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분양담당 부서는 거의 사정조로 해약을 요청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다. D건설 강남 모델하우스 소장은 "하루 종일 해약을 요구하는 민원인이 방문하고 있어 회사일을 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약 민원이 많은 것은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수익성 상품이다. 계약자들이 임대가 불가능해지자 해약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하는 양상이다. 해약을 요구하는 계약자들은 주로 인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도가 났다거나 실직했다면서 담당자에게 해약을 부탁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체들이 해약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Y건설 관계자는 "한 사람을 해약해 주면 다른 사람도 해약해 줘야 하기 때문에 절대 해약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약이 여의치 않자 자포자기해 버리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대출받은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건설사들은 투자자를 대신해 중도금을 갚은 뒤 인근 중개업소들을 통해 상품을 재분양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실제 일산 등의 중개업소엔 시공사가 내놓은 재판매 매물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원칙적으론 위약금(계약금)뿐 아니라 중도금이자 은행이자연체료 등도 모두 청구해야 하지만 사정이 딱할 경우 위약금만 회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