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재선인 김부겸 의원이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초선 의원들도 자성론에 가세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위헌 결정 이후 여권 일각에서 제기돼온 자성론과 국정쇄신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방증으로,향후 '4대 개혁법안'처리와 정국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당내 강경파와의 노선갈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먼저 "여당 의원으로서 개혁을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며 "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에 그토록 서툴렀는지 자성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가급적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짝 물러났으면 좋겠다"며 "그것(이념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지금 중요한 것은 형식이고 메시지이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온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국민들은 대공황과 2차 대전때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들으면서 고난을 이겨냈다"며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진언했다. 김 의원은 "정책 외에는 대통령께서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한다"며 "가는 허리를 좋아해 뭇 여인들로 하여금 굶는 유행을 부른 게 비록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영왕의 뜻한 바는 아니나 군주의 말 한마디가 그만큼 무거움을 한비자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진짜 답답해하는 것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좌파라서가 아니라 내놓은 정책이 별로 없거나 그나마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이해찬 총리의 처신도 문제삼았다. 그는 "출타 중 이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다"며 "언론시장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만 강조하면 충분하지,뭣하러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특정정당이 나쁘다느니 하는 말을 했느냐"고 따졌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질의원고에서 "일부에서는 개혁에 대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하는데 개혁의 당위만 앞세워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데 소홀했던 우리에게 원인이 있지 않나 자성해 본다"고 했고,양승조 의원도 "민주개혁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국민에게 얼마나 희망을 줬는지 생각하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