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투명 … 한치 앞도 안보인다" ‥ KDI, 내년 경제전망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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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로 접어든 국내 경제계에 정부 정책혼선과 정치권의 잇단 정쟁,환율급락과 해외 경제 재침체 가능성 등 온갖 "불확실성" 악재가 겹치면서 주요 기관들이 내년 경제전망 자체를 유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간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내 발표 예정이었던 내년 경기전망을 12월초로 미루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일부 대기업계열 경제연구소들도 그룹회사들의 새해 경영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본부에 제출하는 새해 경제전망보고서를 최근들어서만 5~6차례 수정,주요 대기업들이 새해 사업계획의 기본틀을 짜는데 혼선이 빚어지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KDI는 원래 지난 25일 3·4분기 경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로는 처음으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경기전망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이에 대해 KDI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사업 중단과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 등 불확실성 요인이 너무 많아 10월 발표는 취소하고 12월초에 전망치를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KDI가 분기별 경기전망 보고서를 취소한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 4·4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당시에 못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다는 점을 KDI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같은 사정은 민간경제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지난 8,9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7∼4.5%대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경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일부 대기업 계열의 민간 경제 연구소들은 소속 기업의 경영전략을 짜는 데 참고가 되는 경기전망치를 내부적으로 수차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도 경영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기관들의 시선도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28일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6%로 끌어내렸다.
"중화권의 수출둔화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면서 5월 중 73.5%에 육박하던 전년동기대비 수출증가율이 9월에는 27.1%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앞서 최근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4.0%에서 3.6%로,JP모건도 5.0%에서 4.0%로 각각 내년도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6.2%이던 내년도 전망치를 무려 2.2%포인트나 깎아 내렸다.
특히 CSFB는 지난 14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전략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IMF대표단(단장 조슈아 펠만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정부 학계 재계 노동계 등과 협의를 마친 뒤 28일 정책권고 자료를 발표,"한국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MF 대표단은 "한국 경제는 현재 경기호황과 급속한 신용위험 시기를 거친 뒤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은 상태이므로 내년 초부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