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받은 섭섭함과 충격을 시·도지사들에게 털어놓았다.


특유의 화려한 비유도 동원됐다.


먼저 '투구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장수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똑같은 실력과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도 영(令)이 안선다"며 "선비도 같은 식견과 경륜,포부를 갖고 있어도 갓이 찌그러지고 도포가 구겨지고 얼룩 묻은 도포를 입으면 품위가 살지 않고 말이 위엄을 갖출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처지를 빗대 "지금 어려운 것은 국회 결의를 믿고 정책을 추진하다 그만 암초에 부딪혀 투구가 좀 찌그러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한번 도와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한 참석자가 "(위헌결정으로)충청도가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우리도 헌재를 신뢰했다가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대답했다.


수도권과 지방간 갈등과 관련,노 대통령은 "우리가 한국을 '영남공화국''호남공화국'이라고 비방한 때도 있었다.


한 지역의 압도적 경제력과 인구,정치적 대표권을 갖고 일방적 정책이 추진됐을 때 그 나라를 뭐라고 부르겠느냐"며 수도권과 지방간 상생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인천시장과 경기지사님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과 관련) '접어버리면 될 것을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하셨는데 경기도에 앉아서 보면 접어버리면 조용해질 것도 같은데 충청도 지사가 생각해 보면 절대 조용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고 지역간 입장차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10년,20년 뒤에도 우리는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많은 지역의 의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나라가 됐을 때 그것은 이미 통합된 국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