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썩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파는 경우,우리는 일단 그 물건의 뒷면이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거기에서 'made in Taiwan'이나 'made in Malaysia'라는 글씨를 발견하면 왠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똑같은 물건이라도 'made in USA'나 'made in Japan'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으면 금세 흡족한 마음이 되어 기꺼이 물건값을 치르게 된다.


'made in Korea'라는 꼬리표는 국제시장에서 어떤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한국의 기업들은 앞서 예를 든 대만.말레이시아보다 실제 가치에서 평균 30% 이상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우리의 자랑스러운 간판기업 삼성전자조차 최고 50%까지 평가절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한 마디로 표현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값어치가 외국의 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의 국제 금융용어이다.


도대체 이 불명예스러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을 버려라'(청림출판)의 저자 이성용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 대해 심도 있고 폭넓은 고찰을 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비단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나 노사관계,또는 북한의 핵 문제 등 표면적인 사안들에 그치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고 고착되어 온 온갖 구태와 악습들,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개인과 기업들의 사고방식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돋보기를 들이댄 부분은 한국의 경제를 포함해 정치와 문화,그리고 기업과 각 개인들의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은 국민들이 존경할 만한 리더가 없는 나라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지만 알고 보면 모든 사람들이 봉건적이고 기계적이다.


기업간 거래에서 '갑'이 휘두르는 횡포를 묵인하며 뇌물수수가 판을 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위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으며,그나마 똑똑한 개개인도 집단에 속하고 나면 한없이 무능력해지는 이상한 습성을 갖추었다.


수준 미달의 성적표를 가진 상태에서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원대한 목표만을 꿈꾸고 있다.


"현재 한국이 잡아 올리는 물고기는 그저 낚시꾼의 힘으로 운 좋게 낚은 것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낚싯대가 얼마나 튼튼한지,그리고 물고기를 낚기에 적당한 것인지이다."


저자가 인용한 어느 노련한 사모펀드의 말처럼 한국은 지금 눈앞의 가시적인 실적에만 연연할 때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직시하고 과감히 맞부딪쳐야만 두고두고 월척을 낚는 솜씨 좋은 낚시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백64쪽,1만원.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