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GM계열 임원들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학습하라." 릭 왜고너 GM회장이 내린 명령이다. 존 해멀리언 경영혁신 담당임원은 "GM 경영혁신시스템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MIC생산성연구소장은 "도요타의 5S를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대우 부평공장은 노조와 사측의 첨예한 갈등으로 유명했던 곳.금방이라도 문을 닫을 것같은 분위기로 수도 없이 신문지상과 방송에 오르내렸고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때도 제외시킨,생산성 없는 회사였다. 1천7백여명의 대량해고와 땅에 떨어진 사기,잇단 안전사고와 불투명한 미래,공장가동률은 내리막이고 월급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의욕상실,비전상실,리더십 부재의 총제적인 위기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3년만에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다. GM계열사 중 유일하게 전분야 "우수"평가,자율적 개선활동 2백50%,안전율 54%,품질 50%,목표관리 61%,원가관리 32% 향상이란 결실을 얻어낸 것. 이같은 경영혁신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한익수 지음,고즈윈)에 해답이 들어있다. 저자는 이곳의 승용1본부장. 부평공장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던 200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며 혁신운동을 주도했던 그가 그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 대우 부평공장(현재 공식명칭은 대우인천자동차주식회사) 부활의 키워드는 "환경품질책임제(RBPS)"다. 이는 자신의 공정품질을 본인이 책임지듯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기 행동의 부산물로 보고 책임지는 방식.자연스럽게 주인의식과 통한다. 이러한 사고는 조직의 팀워크를 생명으로 하는 자동차 회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줬다. 망해가던 회사에서 그가 빗자루를 들고 혼자 청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미친 짓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어야 생산성이 좋아지고 회사도 사는데 그렇다면 작업 환경부터 바뀌어야 쾌적한 근무여건과 인적자원 개발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는 계속했다. 마침내 하나 둘 동참하는 직원들이 생겼고 나중에는 각자 구역을 맡아 관리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것이 "환경품질책임제(RBPS)"로 정착되고 "기러기 정신 함양 운동""가시바구니 털어내기""징검다리 건너기""오픈 하우스""1분명상"등으로 이어졌다. 그의 혁신철학 중 "사과나무 경영혁신" 얘기를 보자.나무의 줄기에 해당하는 간부가 가지에 해당하는 종업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각가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열매는 줄기가 아니라 가지에서 맺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말한다. 구체적인 실천지침도 소개돼 있다. 이 경영혁신이 성공하려면 환경개선,안전제일주의 정착,설비 자주관리,생산성.품질혁신,전원참여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의 5단계 과정이 잘 이뤄져야 한다. 동기부여의 근본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장작이론"등 생산현장과 조직,가정을 아우르는 입체적 리더십 모델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특히 환경품질책임제에서 공정품질책임제로 이어지는 자율 혁신사례는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교과서"다. 2백76쪽,1만1천8백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