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좌파정권'발언을 '색깔론ㆍ매카시즘 공세'로 몰아세우며 '제2의 탄핵사태'라고 맞받았다. 이에따라 이날 예정됐던 국회 대정부 질문이 이틀째 열리지 못하는 등 정국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색깔론' 제기=열린우리당은 지난 28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현정부를 '좌파정부'로,열린우리당 386의원들을 "주사파"라고 한데 대해 사과를 먼저 요구했다. 의총에선 한나라당의 '좌파' 발언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제2의 탄핵사태'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자는 기류가 강했다. 박근혜 대표를 직접 겨냥한 발언들도 쏟아졌다. 임종석 대변인은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전면전' 등 해괴한 말로 색깔공세의 극단적 모습을 연출했다"고 공격했다. 당내 70년대 학번 모임인 '아침이슬'소속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로 유신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하다"며 "'박근혜식 색깔독재'가 한나라당을 지배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도부는 대화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이부영 의장은 "한나라당과 이 총리가 서로 유감을 표명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주사파들이 청와대와 당정을 장악했다'는 등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얘기를 했지만,국회를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은 강경론에 묻히는 분위기다. ◆대응수위 높여=이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던 한나라당은 투쟁수위를 높였다. 이날 의총에선 이 총리 파면 요구안과 향후 모든 국회일정 거부 등 지도부 결정 사항이 일사천리로 추인됐다. 별다른 토론도 없었다. 대오를 갖춰 '투쟁'하는게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이다.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의 파면 이유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고,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언론관을 보였으며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이 총리 문제가 결론날 때까지 일체의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국회 파행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등을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여투쟁 방법을 놓고 내심 고민하고 있다. 당장 해임건의안이나 파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내고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못한 상황에서 별 실익이 없다는게 한나라당으로선 '걸림돌'이다. 홍영식.양준영.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