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빗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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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람들의 정기집회에서 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수사 결과 난장이 아빠가 정상인인 딸이 난장이 남자와 결혼하는 걸 막고자 벌인 일로 밝혀진다.
체포된 아버지는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당신들은 이해못한다"고 절규한다.(과학수사대 시즌3 "작은 살인자").
키 때문에 벌어진 비극인 셈이다.
미국엔 실제 키가 1백45 이하인 사람들로 구성된 LPA(Little People of America)가 있고,5만여명의 회원들은 매년 모임을 통해 교육 및 자녀들이 겪을 문제를 의논하고 미혼 남녀의 만남도 주선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서로 돕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프로도는 키가 1m밖에 안되는 난장이 호빗족이다.
콩고 동북부 삼림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어른 키가 120~140cm밖에 안되고,인도영화 "레슬러"에서 보듯 세계 곳곳엔 난장이 마을이 있지만,호빗족은 상상 속 종족이고 소인은 흔히 비정상적 사람들로 치부돼 왔다.
소인이 되는 건 선천적 연골위축증이나 구루병,어린 시절의 영양부족이나 대사장애,선천성 심장질환 등 주로 병 때문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플로레스에서 호빗족처럼 작은 인류조상의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1만8천년 전부터 1만2천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보이는 이 화석의 주인공은 키 1m에 뇌용량 3백80㏄로 2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생겨나 50만년 전 사라진 "호모 이렉투스"(직립원인)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가 진화에 맞춰 커졌고 정상적 지능을 발휘하자면 뇌용량이 3백80㏄보다 커야 한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는 건 물론 외진 곳에 고립된 생물은 특수한 진화과정을 밟을 수 있고,따라서 현생인류의 조상이 지금까지의 학설보다 훨씬 다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플로레스섬에는 1백여년 전까지 키 1m에 머리가 긴 "에부 고고"라는 소인들이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는 보도다.
어쩌면 히말라야의 "설인"이나 미국인들이 숲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 "빅풋"도 진짜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아는 게 전부고,"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할 모양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