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성희(서울대 교수)씨는 대나무를 주로 그려 온 작가다. 대나무를 기르고 대숲을 뒤지고 대통을 구해 와 관찰하는 등 대나무의 속성을 연구해 동양인의 자연관과 생명관을 표현한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래된 정원'전에서 작가는 장지에 모필로 대나무를 그리고 그 대나무에 달이나 연못,이끼 등을 올린 근작들을 선보였다. 대통 안에 자연풍경이 겹쳐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공간이 펼쳐져 기묘한 비경을 연출한다. 대통은 알을 품듯이 달을 안고 스스로 호수나 연못이 되고 오래된 정원이 된다. 대통속에 계곡과 산이 있고 이끼가 서식한다. 마치 실제 장지위에 녹이 슬고 이끼가 덮이고 시간의 때가 끼듯이 오래 매만진 질감과 은은한 색채가 깃들어 있다. 대나무는 텅 비어 있지만 마디마디에 응어리가 있는데,대통의 매듭과 표면의 갈라지고 터진 자국,바래고 스러진 색감은 대가 겪어낸 시간의 두께와 깊이를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박영택(경기대교수)씨는 "작가는 대나무를 단순히 소재로 취하기보다는 옛 사람들이 대나무를 가까이하고 이를 빌려 우주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헤아리던 마음의 한 자락을 찾아 화면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7일까지.(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