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 탄생 1백주년을 맞아 그의 화업 전체를 회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고암 회고전은 그동안 호암갤러리(1989년,1994년),가나아트센터(1999년),올해 초 이응노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열렸지만 전시된 작품은 고암의 70년대 '문자추상',80년대 '군상(群像)'시리즈에 국한됐다. 오는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다시 고암을 생각한다:고암 이응노탄생 1백주년 기념전'은 초기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대표작 1백50여점을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이응노미술관 삼성미술관 개인소장가의 소장품도 출품된다. 특히 대가들의 작품을 타피스리로 제작,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모빌리에 국립미술관의 이응노 타피스리 2점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장인들이 작가로부터 도안을받아 1년이 넘게 제작한 3m가 넘는 대작들이다. 전시는 크게 1922년 서화가 김규진 문하에서 사군자를 익히기 시작해 일본 유학후인 1945년 해방 전후까지 해방이후부터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까지 콜라주부터 문자추상까지(60~70년대) 80년대 군상(群像)시리즈 등 네 시기로 나눴다. 조선미전 입선작인 '동도하안'(1938년)을 비롯해 '황량'(1939),추상화돼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풍경화 '해저'(1950),'산촌'(1956),본격적인 추상의 길로 들어선 이후 발표된 '구성'시리즈(1961~62),80년대 '군상'시리즈,동베를린 사건으로 수감중(1967~69년)제작한 것 등 희귀 작품들이 선보인다. 충남 홍성 출신인 고암은 1924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청죽'(晴竹)으로 입선하면서 등단했다. 50이 넘은 나이인 1958년 파리로 건너가 1963년 살롱도톤에 출품하면서 유럽 화단에 알려지게 됐다. 1964년에는 파리의 세르뉘시 미술관(Musee Cernuschi)내에 동양미술학교를 설립,유럽인들에게 동양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19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강제 소환돼 옥고를 치르고 1969년 사면됐다. 1950년대에 이미 먹의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은 고암은 동양의 서예와 문인화를 서양의 콜라주 기법과 혼용,독특한 기호로 이뤄진 개성적인 화면을 구축했다. 내년 2월 13일까지.(02)779-531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