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의 성패는 교사들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들이 기록하는 학교생활기록부(내신)의 비중을 높여 이를 중심으로 대입전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 그러나 "내신 부풀리기"로 학생 평가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해온 교사에 대한 불신이 만만치 않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사이에 "교사평가제" 등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사 평가권 확대,부작용 우려=2008학년도 대입부터 핵심 전형자료로 쓰일 학생부에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활동 및 성적,특기,성과,태도 등 교과활동뿐 아니라 독서,봉사,특별활동 등 비교과영역까지 상세히 기록하게 된다. 특히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는 가르치는 교사가 달라도 같은 시험을 치르는 현행 "교과별 평가"방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각각 시험을 출제하는 "교사별 평가"로 전환,교사에게 학생 평가권을 완전히 넘긴다. 그러나 평가의 신뢰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뚜렷치 않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부터 교사들이 교수.학습계획과 평가계획,기준 등을 공개하고 단위학교별로 "학교장 학업성적관리 책임제"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사별 평가제는 같은 학교와 학년,같은 교과목에서도 교사별로 평가 내용.수준이 달라 공정성 시비가 우려될 뿐 아니라 교사별 능력과 담당 학생수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내신 비중 확대에 따른 학부모들의 "치맛바람"도 우려된다. 독서,특기,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은 주관적 평가의 소지가 많아 시비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교사에게 엄청난 권한가 주어진 만큼이나 교사 신뢰성 확보방안도 같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교사평가제 도입해야=전문가들은 권한과 함께 책무성도 높여야한다고 주장한다. 교사의 잘못된 평가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현 시스템하에선 어떤 시책도 소용이 없다는 것. 김완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현 상황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권리를 강화하고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내신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린다"며 "교사 상호간 또는 학부모나 학생 등이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 교사평가제 등을 도입해 교사를 견제하는 수단이 먼저 도입돼야한다"고 말했다. 이헌청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내신 부풀리기"를 해온 교사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문제"라며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를 학생과 대학이 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를 만들 장치를 도입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평가제 내신실명제(성적을 매기는 교사의 이름을 학생부에 기록) 등을 주장했다. 또 대학들이 고교별로 내신을 사정하는 "내신사정관제" 도입을 대학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 반대가 문제=교육부도 교사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교사가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윤웅섭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새 대입제도가 교사에게 상당한 권한을 준다는 점에서 교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조율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사별 평가제와 연계해 교사평가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최근 교사 4천8백7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천9백95명(61.4%)이 "교사평가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대로 추진될 지 의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