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미국에선 징집 대상자에 대한 신체검사중 맞물린 치아가 6개 미만이면 면제자로 판정했다고 한다. 아래 윗니가 잘 맞지 않으면 아무 음식이나 먹기 어려운 만큼 참전군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는 것이다. 맹수의경우 이빨이 하나만 없어도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사람 역시 이빨이 성치 않으면 건강하기 어렵다. 이빨의 역할은 물고 자르고 씹고 부수는 것이지만 가장 큰 일은 씹기다. 제대로 씹어야 침이 나오면서 그 속의 효소가 소화를 돕고 활성산소도 제거한다. 씹지 못하면 연한 것만 찾고 침 없이 삼켜 노화와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 노화 측정법인 '한 발로 오래 서 있기'에서도 잘 씹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버틴다. 미국의 마이클 로이젠은 치아를 튼튼히 하고 비타민 C,E를 섭취하면 신체나이가 6.4세 젊어진다고 발표했다. 이빨이 수명뿐만 아니라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스웨덴 우메아대학 얀 베리달 교수팀이 35~90세 성인을 대상으로 제 이빨인 사람과 틀니 사용자의 기억력을 비교했더니 제 이빨인 쪽이 아닌 쪽보다 훨씬 좋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씹는 일이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보고는 그동안에도 많았다. 일본의 오노스카 미노루 박사는 늙은 쥐에서 어금니를 빼버리자 미로찾기에 실패했는데 이때 뇌를 촬영하자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중요세포가 정상보다 더 쇠퇴했다는 사실을 들어 씹는 게 치매와 연관있다고 밝혔다. 원숭이에서 아래 치아를 빼고 5년이 지나면 얼굴의 신경과 근육조절을 맡는 제5번 뇌신경이 가늘어지는데 이 역시 치아에서 들어오던 신경정보가 없어지면서 뇌 자체가 위축되는 탓이라는 설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예방법으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술을 줄이고,머리를 쓸 것 등과 함께 껌 씹기가 권장되는 것도 씹는 일이 뇌혈류를 증진시켜 기억력 감퇴를 막는다고 보는 까닭이다. 2002년 보스톤 포시스 연구소의 P 예릭이 쥐에서 치아 배양에 성공,어쩌면 10년 안에 진짜 사람 치아를 이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제 이빨만 할까. 무병장수의 첫째 요소라는 튼튼한 이를 갖자면 이를 잘 닦고,잇몸마사지를 해주고,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먹고,담배도 끊어야 한다고 한다. 흡연자의 치주질환 이환율이 비흡연자보다 4배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