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정책 무게중심 韓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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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동안 1천1백40원선 이상에서 유지됐던 원.달러환율이 최근 급락하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방식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환율정책을 주도해온 재정경제부는 "1천1백40원"식으로 특정 수준을 설정하고 환율이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방어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상황에 따라선 인위적으로 원화가치를 내리는(환율을 끌어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재경부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인위적 환율방어"에 대해 집중 질타를 당한 이후 한국은행이 전면에 나서면서 특정 환율수준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한 관리"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주 두세차례 외환시장 구두개입은 재경부가 아닌 한은에서 나왔고,환율이 8일 연속 하락하는 와중에도 적극적인 방어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1천1백40원선이 4년만에 깨진지 불과 나흘뒤 1천1백10원대까지 하락(10월25일 1천1백35원29일 1천1백19원60전)한 것은 환율정책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주호 HSBC 이사는 "시장개입 양상이 확실히 바뀐 느낌이다.
환율을 밀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과도한 달러 매물은 받아내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엔.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해도 원.달러 환율은 1천1백40원~1천1백50원대에 묶여 있었다"며 "이런 외부 충격을 외환시장에서 흡수하지 않아 실물경제나 채권 주식 등 다른 부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외환시장이 국제금융시장의 변수를 적정하게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를 거스르면서까지 인위적으로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은 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흐름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개입했다가 투기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9일 재경부가 1천1백20원대를 지키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폐장 직전 역외에서 1억달러에 달하는 매도물량이 쏟아지자 이를 받아내지 않아 결국 이 선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했다는 게 딜러들의 전언이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억지로 환율을 묶어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하나가 역외세력의 영향력 확대"라며 그동안 인위적인 방어에 따른 외환당국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엔화환율과의 디커플링(탈 동조화) 전략도 자연스럽게 원-엔 동조화 전략으로 수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전반적인 환율정책 기조 변화에도 불구 환위험 관리능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수출채산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