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에 올인하겠다." 이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9일 재경부 출입기자 초청 경제토론회에 참석,발언한 요지다. 이 부총리는 투입가능한 재정과 민간자본을 내년에 모두 쏟아부어 성장률 5%를 이루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통한 내수부양을 내걸었다. 토론회 후 뒷풀이 자리에서도 이 부총리가 '내수'를,참석자들이 '진작'을 외치는 식으로 건배했다. 내년이 이 부총리 본인에겐 '사생결단의 한 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4~5년을 이야기하진 않겠다. 내년을 말하는 것만도 숨이 차다"는 것이 이 부총리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이 부총리를 정점으로 한 경제부처들이 지나치게 단기 목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 중반까지의 화두였던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나 동북아경제중심 구축 등은 "잊혀진 슬로건"이 되어가는 상황이란 얘기다. 다행(?)스럽게도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격돌이 당면 경제현안에 매몰되고 있는 정부를 가려주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와 경쟁하는 동남아국가들은 장기 국가전략 달성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홍콩은 뉴욕 런던에 버금가는 세계 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홍콩 2030"을,대만은 그린 실리콘 아일랜드 건설을 위한 "챌린지 2008"을,말레이시아는 지식.정보산업을 육성해 2020년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비전 2020"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사실 지난 2월 출범한 이헌재 경제팀은 다소 불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3월부터 대통령 탄핵,중국의 긴축 쇼크,국제유가 급등에다 이 부총리가 "이상한 법"이라고 지칭한 성매매특별법 및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 등 초대형 변수들이 너무 자주 터져나왔다. 중장기 국가과제를 범국민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점검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내년 뿐이 아니라 10년,20년 앞을 얘기하는 부총리를 기대해 본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