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KTF 사장 jsnam@ktf.com > 어떤 사람이 사장이 됐는데 전임 사장이 봉투 세 개를 주며 어려울 때 열어보라고 했다. 경영이 어려워져서 첫 번째 봉투를 열었더니 '전임 사장 탓을 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대로 해서 위기를 넘기고 두 번째 위기가 와서 다시 봉투를 열었더니 '조직개편을 하라'고 적혀 있었다. 조직을 바꿔 위기를 넘긴 후 다시 세 번째 위기가 와서 마지막 봉투를 열었더니 거기에는 '당신도 봉투 세 개를 준비하라'고 적혀 있었다. 안되면 남을 탓하는 좋지 않은 습관도 꼬집지만,위기와 결단의 연속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얘기다. 얼마전 전직원들이 모인 행사에서 칵테일 쇼를 하고 기타를 치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도 불렀다. 두 달 정도 주말마다 연습을 했는데 술병을 던지고 돌리는 연습을 하다 병에 맞아 멍도 들고 입으로 불을 뿜다 머리카락이 탈 뻔도 했다. 기타도 대학 이후 30년 만에 잡아봐 손가락이 까지는 등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좋아하니 피로가 싹 가셨고 주변에서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최고 엔터테인먼트 책임자(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고 치켜세워 준다. 노자의 도덕경에 거선지(居善地)란 말이 있다. 하늘이 아니라 땅에 거하라는 말이다. 어렸을 때는 어려운 사람 입장에 서라는 뜻으로만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CEO가 돼보니 다르게 느껴진다. 경영자인 내게 땅은 곧 현장이다. 위대한 사상가 노자가 수천 년 전에 경영의 비결을 가르쳐 준 것이다. 경영의 답은 땅,즉 고객과 직원이 있는 현장에 있다. 왜? 현장에 있는 고객과 주주,직원이 바로 기업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CEO가 아닌 'CSO(Customer Satisfaction Officer·고객만족경영인)'를 자처하고,내 시간의 절반을 기업의 주인이 있는 현장에서 보내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에는 존경 받는 기업이 적다고들 한다. 기업의 역사가 짧고 기업하는 환경이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발전하려면 투명한 지배구조 위에서 3대 주인에게 인정받는 CEO가 많이 나와야 한다. 남 얘기 할 것 없이 나부터 CEO 노릇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주주,직원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칵테일 쇼가 아니라 더한 일이라도 못할 것이 없다. 그러다 주인의 평가를 못 받게 되는 그 날,나는 주저 없이 봉투 세 개를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