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든 케리든 승패만 가려다오." 2일 미 대선을 앞두고 막판까지도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면서 월가의 최대 관심은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는 '승자가 곧바로 확정될 것인가'의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승자 확정 여부에 최대 관심=월가 사람들은 지난 2000년 대선 때처럼 승자가 곧바로 정해지지 않아 정국이 혼란에 빠져드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 당시 플로리다 재검표 문제 등으로 선거 결과가 한달 이상 확정되지 않으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시장 분석가는 "누가 이기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선거 결과 누군가 승자가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S&P의 폴 처니 수석 시장 분석가는 CBS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지난 대선의 상황이 되풀이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만약 승자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의 컨설턴트회사 포캐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승리하면 주가가 1% 오르고,케리 후보가 승리하면 1%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케리 후보보다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 예측 가능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고,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좀더 친 기업적인 정책을 구사해왔다는 것이 이 같은 분석의 근거다. 포캐스트는 승자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엔 주가가 2%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플로리다 악몽 재연될까 우려=미 언론들은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자 4년 전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가 다시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선 공화당 부시 후보와 민주당 고어 후보 간 득표차가 수백표에 불과하자 표차가 총 투표의 0.5%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하도록 규정한 플로리다주법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재개표가 실시됐다. 이후 유효표 인정 논란과 관련,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명령과 연방법원의 번복 결정 등 한달여간의 법적 공방 끝에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최근 AP통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 역시 투·개표가 모두 끝나도 곧바로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60%에 달했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새로 도입되는 잠정투표와 지난번 선거 때 문제가 됐던 천공 투표를 실시하는 지역이 있어 선거 후 무효 소송 사태마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