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파생상품시장 과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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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東錫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조세당국이 정기국회에 제출한 2004년 소득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선물옵션거래에 대한 과세근거조항이 전문가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주식시장에도 도입되지 않은 자본이득(Capital Gain)세를 10%라는 세율까지 정해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당국이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시장이 아직 이 움직임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론화되면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같다.
선물옵션에 대한 과세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첫째,역사적인 증권·선물의 시장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극히 신중해야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시장통합을 추진하면서 약속한 것은 시장의 연속성이었다.
투자자들이 아무런 불편이나 추가비용없이 계속해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득해 왔다.
그런데 선물옵션시장을 부산으로 이관하자마자 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성 훼손은 물론,특히 부산지역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지난 1998∼99년에 주식시장은 거래규모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6천억원대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대로 늘어난 것이다.
물론 주가상승기라는 점이 주된 배경이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시기에 선물옵션시장이 정착됨으로써 상승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은 용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매우 밀접한 보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두 시장간 연계거래는 유형무형으로 엄청나게 이뤄진다.
따라서 선물옵션시장에 대한 불균형적인 과세는 주식시장 위축과도 직결된다.
최근 우리 증시의 최대 문제점이었던 기관투자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노력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위험관리수단인 파생상품시장이 과세로 인해 위축되거나 시장진입의 제약요소로 작용한다면 결국 우리 증시의 선진형 구도로의 발전은 다시 요원해지는 것이다.
셋째,우리 선물옵션시장의 가격결정(pricing)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이다.
만일 주식시장에는 없는 세금이 선물옵션시장에만 부과되면 가격결정의 왜곡을 유발할 것이며 비효율성의 증대와 아울러 가격발견기능 등 파생상품시장의 순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차익·헤지거래를 병행하는 기관들,그리고 현행과세체제하의 비용구조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던 ELS(지수연계증권) 등의 금융상품 개발에서도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학계에서는 특히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자본·금융시장 중 국제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시장이 바로 선물옵션시장이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넷째,파생상품과세를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조세제도상의 인프라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평등주의를 내세워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 평등주의 원칙 때문에서라도 자본이득세는 주식시장에서부터 추진돼야 할 것이다.
또 파생상품 거래이익에 대해 과세하려면 동시에 손실에 대해서도 이월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일본은 3년간,미국은 무제한으로 손실이월이 허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이월자체가 불가능하다.
손실은 인정하지 않고 이익에만 과세한다면 결과적으로 손실에 과세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는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과세방침은 백지화돼야 한다.
대상이 바로 세계 최고 유동성 시장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한다고 하면 오히려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파생상품시장을 키워야 한다.
있는 세금도 없애야 할 판에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최근 선물옵션시장의 거래량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과세방침은 특히 문제가 된다.
조세당국만이 아니라 금융당국과 다양한 시장관계자들이 심사숙고하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한 후에 과세를 하려면 주식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
/한국선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