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윤광웅 장관의 몰래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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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장관이 2일 오전 몰래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언론에도 알리지 않은 채 소리소문 없이 출국한 것이다.
'몰래출국'은 흔히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여론의 눈을 피해 나라를 몰래 빠져나갈 때나 쓰는 수법이다.
물론 이번 윤 장관의 출국은 이와는 전혀 상관없다.
이라크 평화·재건지원 임무를 펴기 위해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 장병들을 격려방문하기 위해서다.
군 최고책임자인 윤 장관의 격려방문은 지난 9월 말 김종환 합참의장,지난달 10일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낯선 타국땅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군 주변의 진단이다.
이날 장관의 출국사실을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국방부 관계자는 마지못해 "윤 장관이 수일내로 자이툰부대를 방문하기 위해 오늘 아침 출국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국방부가 자이툰부대와 관련돼 이처럼 몰래 '일'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 서희·제마부대원들의 임기만료로 맞교대할 병력 4백80명이 아르빌로 떠날 때도 국방부는 환송식을 공개하지 않아 '도둑출국'이라는 비난을 샀다.
지난 8월 초 자이툰부대 1진이 현지로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많은 시민들은 "장병들이 무슨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쉬쉬하냐"며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떠나도 힘든 전쟁터에 몰래 내보내면 힘이 나겠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일련의 몰래출국과 관련,이라크무장단체들의 테러위협으로부터 장관과 장병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이라크 무장단체의 주적이랄 수 있는 미군이 주한 병력 일부를 이라크로 보낼 때 출국시간까지 공개하면서 국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성대한 환송식까지 가진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국방부의 변명은 왠지 궁색하기만 하다.
혹시 우리 정부가 무장단체의 테러위협보다 이라크파병반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