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기술 진흥대회] 정밀기술이 차세대성장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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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전자는 '60나노 8기가' 플래시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경쟁업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나노'란 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표시다.
'기가'란 반대로 10억배를 뜻한다.
따라서 '60나노 8기가'란 60나노미터(nm) 공정으로 만들어낸 8기가비트(Gb) 용량의 반도체 칩이란 뜻이다.
반도체를 만들 때는 먼저 미세한 설계도를 그린 뒤 이를 하나의 칩 위에 사진처럼 새겨넣는데 회로선이 가늘면 가늘수록 더 많은 자료를 저장할 수 있다.
60나노미터란 이 회로선의 폭을 10억분의 60m까지 가늘게 만들었다는 얘기.
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반도체 회로선 폭을 45나노 정도로 보고 있는데 60나노는 거의 극한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언 등 경쟁사가 이제 겨우 70이나 90나노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는 중인 것을 보면 삼성의 경쟁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노' 기술이 상징하는 정밀기술은 향후 산업패권의 주도권을 어느 나라가,어느 기업이 잡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한 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정밀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정밀기술산업은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 하면서 발전해왔다.
한국이 산업발전의 기초인 정밀산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정부는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따라 방위산업 등 중화학공업 진흥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를 위해 기계공업정밀화사업 5개년계획을 수립,'기초 다지기'에 나섰다.
정밀산업기술이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동시에 한 번 기술이 집약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산업구조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외환위기 때나 요즘의 불황기에도 정밀기계산업계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고 있는 점도 이때문일 것이다.
1970년 첫 정밀기술진흥대회가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계공업 진흥을 위해 정밀가공 정밀측정 도금 등 취약한 분야 위주로 첫 대회가 치러졌다.
정부가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확정한 △디지털 TV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등도 정밀산업기술의 기반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유비쿼터스' 사회 건설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 품목인 차세대 반도체(RFID 초저전력 칩)의 경우도 나노 크기 물질을 제어하기 위한 정밀 측정,합성,가공 및 설계기술이 기반이다.
따라서 정밀기술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정부와 산업계가 70,80년대처럼 정밀기술 진흥을 위해 다시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34회째를 맞는 올해 정밀기술진흥대회(11월3일)에서는 현대교정인증기술원(정밀측정),남선기공(정밀제품기술),한국단자(정밀생산기술) 등이 각각 영예의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정밀제품기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남선기공의 경우 5축 가공기(공작기계)를 국산화,수입가격의 60∼70%선에 공급하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은 3일 오전 11시 코엑스에서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이세경 한국계량측정협회장,강윤관 산업기술시험원장,관련 업계 대표와 표창자 및 그 가족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