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맡겨봤자 물가상승율과 세금을 떼고 나면 1년에 97만원을 까먹는다고 하는데 누가 예금상품에 돈을 맡기겠습니까" '요즘 은행의 예금ㆍ적금 신 상품 출시가 왜 뜸하냐'고 묻자 한 시중은행의 상품개발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초저금리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예금.적금 상품으로는 고객을 끌어 들이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들어 시중은행들이 새로 내놓은 예금및 적금 가운데 고금리 특판예금 상품을 제외하면 1천억원이 넘는 수신고를 기록한 상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연3%대의 초저금리 시대엔 전통적인 예금은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저금리에 실망해 발길을 돌리려는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들은 올해 주가,환율,금 등과 연계해 '금리+알파(α)'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상품은 은행들이 자체 운용하는 주가연동예금(ELD)과 판매대행하는 주가연계투자신탁(ELS펀드)이다. 국민은행의 주가연동예금은 올 들어 1조7천억원어치 팔렸으며 하나은행도 올해 8천억원 이상의 지수연동 예금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은행의 주가연동예금 은행권의 대표적인 주가연동예금은 국민은행의 'KB리더스 KOSPI200지수 연동예금'이다. 이 상품은 △6개월 후 주가지수가 5% 이상 상승하면 연6.2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정수익추구형 △가입기간 중 지수 상승 및 하락에 따라 최저 0%에서 최고 9.19%까지 받을 수 있는 하락·상승 수익 추구형 △만기때 주가지수 상승률이 10∼20%이면 연10%의 금리가 확정되는 고수익추구형 등 세 가지가 있다. 다른 은행들의 지수연동예금 상품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지수연동예금인 '3%보장 스텝플러스'는 고객이 직접 만기 지수를 예상하고 그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저 연3%의 수익은 보장하되 6개월 후 주가지수가 자신이 예측한 선택구간에 머물면 최고 연5.5%의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국씨티은행이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출범을 기념해 출시한 '미국국채지수연동예금'도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상품은 주가지수가 아니라 미국 CBOT 국채지수에 연동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다. 국채지수가 정해진 범위 내에 있을 때는 최대 연 7∼10%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훨씬 낮은 국채지수에 연동돼 수익이 결정되므로 안전성을 높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판매하는 주가연계펀드 초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순수 예금상품의 매력이 떨어지자 은행들이 저금리시대의 대안상품으로 수익증권 적립식펀드 ELS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 고객들은 굳이 증권사에 갈 필요 없이 기존 거래은행에서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조흥은행이 오는 9일까지 판매하는 '베스트 코스피200 지수연동 파생상품투자신탁 1호'는 4개월 후 주가지수가 가입 당시 지수보다 같거나 높으면 연7.2%의 수익이 확정돼 조기 지급된다. 만기 3년동안 4개월마다 총 9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3년후 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하면 원금손실을 볼 수 있으나 국내 경기순환주기가 3년 정도이기 때문에 만기 전까지 수익률이 확정돼 지급될 확률이 높다고 조흥은행은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위로펀드'와 '아래로펀드'는 주가가 하락할 때도 최고 연7%의 수익이 가능하다. 위로펀드는 6개월 후 주가지수가 가입 당시와 같거나 높을 경우 연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아래로펀드는 6개월 후 주가가 가입 당시보다 같거나 낮을 경우에 연6.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가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두 상품에 절반씩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판매 중인 '랜드마크 신지수연동채권형펀드'도 원금보전을 추구하면서 주가상승에 따라 최고 연2∼10.8%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