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출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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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론조사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룬다.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내로라 하는 전문조사기관들은 저마다 첨단기법을 총동원해 예상치를 내놓곤 한다.
부시와 케리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와 같이 초접전 양상이 지속되면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여론조사의 백미는 선거 당일의 출구조사(exit polls)가 아닌가 싶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게 당락을 점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동부지역을 필두로 선거가 끝나갈 즈음이면 각 선거진영은 두말할 것도 없고 온 세계의 이목이 온통 출구조사 결과에 집중된다.
출구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긴 하지만 박빙의 상황에서는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지난 2000년 대통령 당락을 결정짓는 플로리다주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잘못된 출구조사로 부시가 아닌 고어의 승리를 보도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초반의 출구조사에서는 케리의 우세로 기우는 듯한 발표들이 잇따라 나와 다소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들어 출구조사를 비롯 여론조사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론조사를 뜻하는 'poll'은 곧 'pollution(공해)'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허구성을 들먹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6대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방송사들이 예상을 훨씬 빗나간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해 관계자들이 문책을 당하고 사과방송을 하는 법석을 떨기도 했다.
미국에서 주요 언론매체에 의한 출구조사는 1967년 켄터키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CBS방송이 처음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는 단지 선거분석용이었고,선거예측에 공식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였다.
이후 조사방법이 차츰 개선되면서 출구조사가 지금에 와서는 주요한 선거예측조사방법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은 '대체로 맞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류'를 범하는 수치로 남아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