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언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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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요. 바람부는 날도 걱정없고요."
사각턱 수술을 한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전엔 바람이 불면 각진 턱을 가렸던 머리카락이 뒤로 날려 속상했는데 수술 후엔 신경쓸 일이 없어진 데다 커트를 하거나 머리를 뒤로 묶을 수도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정도면 누구도 턱수술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 곤란해 보인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얼굴보다 마음 혹은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수술 후 예뻐지고 인상이 좋아져 취직에 성공했다거나 대인관계가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현희의 경우가 아니라도 사회적 관심을 자아내는 데 잘생긴 얼굴이 한몫 한 예는 많다.
성형수술의 부작용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데도 숱한 이들이 병원을 찾는다는 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유행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언서판이란 중국 당나라에서 관리선발 기준으로 삼았다는 '외모 언변 글솜씨 판단력'을 뜻하는데 사라지기는커녕 근래 더 자주 쓰인다.
성형수술로 취직도 하고,좋은 배우자도 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말리랴.그러나 성형수술은 마법이 아닌 의술이다.
아무 대가나 부작용 없이 1백% 완벽하기는 어렵다.
수술을 하면 예뻐지는 대신 때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코를 높이면 인상은 선명해지지만 이전의 부드럽고 귀여운(혹은 편안한) 느낌이 사라지고 어딘가 딱딱해지는 식이다.
쌍꺼풀 재수술의 부작용으로 파혼하고 우울증에 시달려온 여성이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승소했다지만 깊어질대로 깊어졌을 몸과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어도 비슷한 일로 괴로워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게 틀림없다.
성형수술의 첫째 목적은 자신감 회복일 터이다.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보다 수술을 택할 순 있겠지만 반드시 가능한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적정한 선에서 만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싶다.
더 중요한 건 세상이 어떻든 자신의 가치관을 신언서판이 아닌 판서언신(判書言身)으로 바꾸는 일이겠지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