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성 감독의 '여선생 대 여제자'는 초등학교 여선생과 5학년 어린이의 대결을 재치있게 그린 코미디다.


장 감독의 전작 '선생 김봉두'(2002년)도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설정은 다소 다르다.


전작은 산골학교 어린이와 남선생의 관계를 남성 중심의 이야기로 풀어냈지만 신작은 바닷가 마을학교의 어린이들과 여선생의 에피소드를 여성 위주로 전개했다.


두 작품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인물들의 갈등 구조에서 드러난다.


전작에서는 좌천된 김봉두의 개인적 실망감이 갈등의 원인이었고 웃음의 원천도 좌절에 대한 김봉두의 반응이었다.


신작에서는 잘생긴 남자 미술선생(이지훈)이 등장해 노처녀 선생 여미옥(염정아)과 여제자 고미남(이세영)이 연적으로 대립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여선생과 여제자의 성격 차이는 이들의 충돌을 일찌감치 예고한다.


여미옥은 어린이 같은 선생이지만 고미남은 어른 같은 어린이다.


'담임이 보고 있다'는 급훈이 두 캐릭터를 대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미남은 홀로 있을 때에도 의젓하지만 여미옥은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앗싸라비아…'를 외치고 온몸을 꼬는 행동으로 기쁨을 표현한다.


봉긋한 젖가슴의 고미남이 밋밋한 가슴의 여미옥을 향해 '뽕브라'(이물질을 채워 부풀게 보이도록 한 브래지어)라고 망신주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이의 육체적 지적 성숙도가 관객들의 예상을 훌쩍 넘어설 만큼 충격적인 탓이다.


학급 어린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성 문제다.


미디어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으로 사춘기가 중·고교생에서 초등생으로 앞당겨진 세태가 반영돼 있다.


소통의 주요 매개체는 화상 채팅과 디카폰이며 어린이들이 싸움의 전말을 선생에게 영상세대식으로 재현해 설명하는 장면들은 참신하다.


1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