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간 유지돼 온 국가 재정운용의 틀을 바꾸는 작업들이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기획예산처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ㆍ성과 중심의 프로그램(단위사업들을 묶은 큰 단위) 예산체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 구축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국가재정운용계획 총액배분자율편성 성과관리제도 등과 함께 4대 재정개혁 과제중 하나이면서 다른 과제들의 핵심 인프라라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는 재정개혁이 정말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 재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국가적 과제다. 각종 국제기관들이 발표하는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뒤떨어진 정부 및 공공부문 경쟁력이다. 이는 정부혁신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말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재정개혁은 바로 그런 정부혁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호주 등 정부 경쟁력이 높은 선진국들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프로그램 예산체계 도입 등 재정운용시스템을 성과ㆍ자율 위주로 개편한 것은 그 좋은 사례들이다. 정부 계획대로 현행 품목별 예산제도를 프로그램 예산체계로 바꾼다면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세세한 단위사업별 칸막이가 대폭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율과 책임을 지향한다는 재정개혁의 방향과도 부합하는 것인데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사실 예산 문제는 더 이상 정부나 국회만이 아닌 일반 국민들 또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여서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예산서 체계 도입은 통합재정정보 시스템 구축과 함께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뿐만 아니라 상장기업과 같은 발생주의ㆍ복식부기 회계제도 도입도 눈길을 끈다. 제대로만 된다면 활용가치가 크다. 중장기 재정위험을 예측ㆍ진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 역할이 가능할 것이고,수익 비용 자산 부채 원가 등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회계정보의 신뢰성 제고와 함께 충실한 결산심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개혁이 그러하지만 제도 도입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그램별 예산체계 도입만 해도 그렇다. 어디까지나 철저한 성과관리와 연계돼야 비로소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예산의 변칙 사용이라든지 낭비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도 도입에 걸맞게 의식과 관행도 바뀔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