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전세계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 체제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려는 강대국들의 에너지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에너지 문제가 국가 안보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2위) 러시아(3위) 일본(4위) 한국(10위) 등 4개국이 포진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확보 경쟁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다르푸르 대학살로 유엔의 질타를 받고 있는 수단에 원유 정련시설,파이프라인,생산시설 등을 건설했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라는 특유의 실용주의로 독재 국가든 인권 탄압 국가든 석유만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유소비 증가율이 세계 평균의 6배에 달하는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의 자원 확보 노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93년 원유수입국으로 돌아선 뒤 수입선 다변화에 힘써온 중국은 지난 1월 후진타오 주석이 이집트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아프리카산 석유·가스 수입의 길을 연 데 이어 6월에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석유 공동개발 탐사에 합의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에너지 확보에 국가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가스전 등 에너지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사할린에 현재까지 미국보다 8배나 많은 8억2천만달러를 투자해놓은 상태며,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아자데간 유전개발을 추진 중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해 러시아를 두 차례나 방문하며 중국쪽으로 확정됐던 러시아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을 일본 나훗카 쪽으로 돌리는 조건으로 총 1백40억달러의 투자를 제시했다. 작년 9월에는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에 대해 10억달러 무상원조와 30억달러 부채 탕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전체 에너지의 96.9%(작년 기준)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원유자급률이 3%에 불과,해외 자원 개발에선 초라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석유공사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확충,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