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실망스런 미국대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이 한국보다 못해.'
선진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사회 시스템이나 관행중 실망하는 것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게 인터넷 환경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통신 시설을 만끽하다 미국에 온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초고속 인터넷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또하나 좌절하는 것은 하급 공무원들의 염증나는 관료주의다.
관료주의의 폐해에 넌더리가 난 한국 사람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DMV(차량국) 직원들의 관료주의에 혀를 내두른다.
주 정부 공무원들인 이들은 외국인들을 상대한다는 오만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만한데다 고지식하기 짝이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일의 대선도 DMV의 관료주의나 어설픈 인터넷 기반시설처럼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 2년의 유세기간 내내 상대방을 흠집내고 모독하는 부정적 캠페인이 판을 쳤다.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정치풍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비방광고가 홍수를 이뤘고 수천만명의 국민들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도 엉터리 숫자로 상대방의 업적을 깔아내리는데 몰두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 정치자금법을 고친 지가 불과 2년밖에 안된 가운데 치른 선거였지만 사상 최대의 자금이 들어간 돈 선거로 전락했다.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까지 합치면 39억달러가 들어갔다.
4년전에 비해 30%나 늘어난 규모다.
국민들의 관심이나 참여도가 높아진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돈 선거를 막기 위한 법 개정 취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화·민주 지지자들의 대립은 '시민 전쟁'( Civil War) 이었다.
선거가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이지만 이번 대선은 이념적으론 보수와 진보,지역적으론 동서부 연안과 그밖의 지역간의 살벌한 전투였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선거 다음날 패배를 인정했지만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실망 분노 좌절감을 씻는데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액면 비교가 쉽진 않겠지만 '한국보다 못하다'는 실망 대상에 이번 대선도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