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미국 대선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하루종일 부산을 떨었다. 열린우리당은 의원총회와 대미외교특별위 회의,정책간담회 등을 연이어 가졌다.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상임운영위 회의와 국제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한결같이 초당적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후 여야 의원들의 실제 언행은 이와 한참 동떨어진 것이었다. 당장 이날 국회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상위원회는 '반쪽'회의에 그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당 행사인 '이해찬 총리 망언 규탄대회'에 가버렸다. 초당적 외교보다는 당의 일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선거 패배 승복을 두고도 여야는 논쟁을 벌였다. 서로 "선진 선거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상대 당을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재검표 요구를,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대한 여권의 반발을 각각 선거불복의 사례로 꼽는 등 서로의 '약점'을 공격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케리후보가 승복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지난 대선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던 한나라당을 꼬집었다. 정의용 당 국제협력위원장은 "외교에는 여야가 없으므로 야당도 당분간 신중해야 한다. 야당이 현 정부를 '좌파친북세력'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면 외교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은 안보를 선택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국보법을 폐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케리 후보가 깨끗이 승복해서 갈라진 미국이 하나로 뭉쳤지만,우리는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고 총리 때문에 국민과 국민이 하나로 뭉치기는커녕 갈라지고 있다"는 등 여권을 겨냥한 비판들을 쏟아냈다. 여야의 '초당 외교'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