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3천200만명과 5천500여개 지점을 거느린 '공룡' 농협이 연이은 금융사고와 내부직원의 비리에도 '팔짱'만 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방대한 영업망과 조직 특성상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농협은 해명하고 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줄 잇는 사고.비리 지난 3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의정부 농협 장암지점에서 위.변조된 5억원과 10억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창구를 통해 현금 등으로 인출된 사실을 적발, 용의자로 지목된 S(60)씨를 전국에 수배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전남 진도의 모 농협 직원이 고객 돈 7천만원을 횡령해 구속됐으며 같은 달 25일에도 충남 보령에 위치한 농협의 한 미곡처리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무려 2년8개월에 걸쳐 7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해 구속됐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충남 천안 농협의 한 지점에 있던 현금 입.출금기에서 1만원권 6천190만원어치가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8월 16일에는 광주 모 농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전 농협 직원이 자신이 일했던 지점에 예치돼 있던 고객 돈 10억원을 횡령, 구속됐다. 이 직원은 창구에서의 현금 입.출금의 경우 500만원까지는 담당직원이 전결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대책이 없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비리와 사고에도 당사자인 농협은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농협은 조직의 방대함과 지역별 단위조합 체계로 운영된다는 점 등을 들어 효과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해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 산재한 단위조합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앙에서 모든 일을 통제하고 제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면서도 "사고방지를 위해 내부적으로 감사체계를 구축해 지난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오래전부터 상시 감사시스템을 구축, 비리.사고 연루자에게 즉각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데 비하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9월 16일에는 자사 김포공항지점장 H모씨가 코스닥기업 대주주의 횡령을 도와주고 차량과 신용카드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이 날짜로 즉각 면직처분했다. 한편 현행법상 농협에 대한 감사는 농림부가 담당하도록 돼 있으나 이는 현재농협중앙회에 위임돼 있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