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다 포장해 주세요"..패밀리레스토랑 알뜰고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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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점심,강남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은 직장인 박주현씨(26)는 식사를 다 마칠 즈음 매장 직원을 부른다.
식은 빵도,눅눅해진 샐러드도 상관없다며 포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박씨."비싼 돈 내고 남기고 갈 수는 없지 않나,포장 서비스 정도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불황으로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알뜰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베니건스'는 올 들어 10월까지 남은 음식을 싸주는 전용 포장재인 'TO-GO백' 사용량이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전체 매출 증가율이 6%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세다.
'아웃백스테이크'도 23개 매장에서 조사한 결과 테이크아웃 용기 사용량이 작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고,'토니로마스'도 테이크아웃 용기 사용량이 올 10월까지 1만개 정도로 작년 8천여개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업계 매장담당 직원들은 "요즘 들어 고객 10명 중 8명꼴로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포장습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을 요구하는 고객층은 '주부'만이 아니다.
20대 젊은이들에서부터 남성 고객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라스베리 잼과 허니머스터드 소스,빵도 같이 넣어달라'고 말할 만큼 오히려 젊은 고객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베니건스 도곡점 지경훈 매니저의 설명이다.
남은 음식을 싸가는 '알뜰 고객'이 급증한 이유는 단연 불경기 탓이다.
지 매니저는 "예전엔 먹던 음식을 싸간다는 것 자체에 고객들이 거부감을 보였는데,요즘엔 가격이나 양에 민감해지면서 포장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많이 진출한 후 '테이크아웃 문화' 자체가 확산된 면도 있다.
업체들은 이런 '짠돌이' 고객들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음식물 쓰레기 양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실제 베니건스는 포장 용기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쓰레기는 오히려 30%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또 고객들이 업체 로고가 새겨진 포장 용기를 들고 다녀 홍보 효과도 얻었다.
때문에 토니로마스는 내년 초 별도의 포장 용기를 만들 예정이다.
토니로마스 광화문점 직원 이진미씨는 "사실 포장 용기 값이 싸주는 빵 하나 값보다 비싸지만,남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기꺼이 포장해준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