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수입차 업계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브랜드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어 수입차 업계도 본격적인 생존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천9백31대로 지난 9월에 비해 1.3%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특히 지난달 실적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3.8%나 줄어든 것.수입차 월 등록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기는 13개월만에 처음이다. ◆'신차 효과' 실종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수입차 신모델은 아우디 뉴A6와 재규어 뉴XJ롱휠베이스 등 모두 10종에 이른다. 대부분 신차 출시가 월초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신차 효과의 덕을 거의 보지 못한 셈이다. 아우디코리아는 한국법인 출범식과 함께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월 판매는 1백대를 넘지 못했다. 재규어 역시 10대 미만이라는 기대 이하의 실적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달 각 업체는 딜러 마진까지 포기한 채 최장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비롯한 1년치 유류비와 등록세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살깎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밀어내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양극화 심화 전체적인 판매부진속에서 브랜드 간 우열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경우 가격 거품을 뺀 중형세단 '어코드 3.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가 지난달 모델별 판매 순위에서 공동 2위(1백13대)에 올랐다. 혼다코리아는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2백48대로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브랜드별 판매 1위는 4백21대를 판매한 렉서스가 차지한 반면 박빙의 경쟁을 벌여온 BMW코리아는 지난달 할인판매 중단 등의 여파로 3백73대에 그쳤다. 크라이슬러(1백19대),볼보(1백15대),포드(1백11대) 등은 상위권 도약을 위한 치열한 5위권 다툼을 벌인 반면 아우디 폭스바겐을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각각 50대 미만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위기감 고조 올들어 10월까지 팔린 수입차는 1만8천8백25대.지난해보다 3천대 가량 증가했지만 50개에 달하는 신모델이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판매가의 30%에 달하는 마진과 이에 따른 가격거품도 합리적인 구매패턴을 가진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외면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국산차가 수입차에 못지 않은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도 수입차 판매부진의 배경이다. KAIDA 관계자는 "상당수의 딜러들은 이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부 딜러들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까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