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레스토랑 토니로마스 명동점 주방장 박성덕씨(38). 그를 만나는 사람은 세 번 놀란다. 주방에 발 들여놓은지 4년 만에 '주방장'자리를 꿰찰 정도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데 한 번 놀라고,서른살까지 그가 '발레리노'였다는 데 두 번 놀란다. 그리고 2시간40분 기록의 '마라토너'라는 소개에 다시 입을 벌리게 된다 명동점은 회사 내 매출 1위 점포.계열사 포함해 40여명의 주방장 중 톱에 올라야 갈 수 있다. 98년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2002년 주방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8년쯤 걸리는 코스를 그는 절반에 내달려 왔다. "요리요? 창작의 자유가 무궁무진하잖아요.재미있어요.일단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가 패밀리레스토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6년.대학(경희대)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서울발레시어터 소속 발레리노로 활동하다가 같은 빌딩 1층에 들어와 있는 토니로마스에서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 "그곳 직원들과 가끔 담배 피우며 '여기서 일 시켜줄거냐'며 농담을 하곤 했는데 농담이 진짜가 된 거죠." 98년 정식직원으로 입사하면서 10년간 해온 무용을 관두자 주위에서 반대도 심했다. "대학 땐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발레도 3년이나 한 데다 무용쪽 석사학위까지 땄으니 그럴만도 했지요." 그러나 창작의 자유가 무궁무진한 요리의 매력에 끌려 그는 기꺼이 많게는 여섯∼일곱살 어린 고참들이 있는 주방으로 들어갔단다. "'요리가 쉬워보이느냐'며 텃세도 심했죠.허드렛일은 제 차지였어요." 밤 12시까지 일하고 남보다 3시간 일찍 출근하는 남다른 근성으로 그는 결국 성실함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요즘 마라톤에 심취해 있다. 요리도 무용처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직업이기 때문이란다. 취미라는 그의 마라톤 기록은 '2시간 40분대'.작년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나가 출전 한국인 1백80명 중 3위에 올랐다. "일단 도전하는 게 중요해요. 발을 들이고 나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요즘 직장인 친구들이 장래를 고민하다 매장 내 아르바이트를 자청하곤 하는데,저는 그런 시도를 격려해줍니다." 그의 인생을 이끌어준 '도전 예찬론'이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