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족경영' 기업 세대교체 몸살 ‥ 창업자 대부분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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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족경영(family business)' 기업들이 세대 교체 홍역을 앓고 있다.
창업자의 고령화로 인해 가족 내에서 새 후계자를 뽑을지,아니면 소유·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지로 고민에 빠졌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일자)는 "가족경영 기업들은 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났기 때문에 창립자는 대부분 70세 전후의 고령자"라며 "향후 3∼4년간은 가족경영 기업들의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90% 이상이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월마트 포드자동차 코카콜라 등 미국의 5백대 기업 중 35∼40%는 수십년간 회사 지분을 굳건히 지켜내며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영국에선 전체 기업의 3분의 2가 스스로를 가족경영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문제는 가족경영 기업 창립자 대다수가 고령화돼 있다는 점이다.
가족경영 기업들은 대체로 1945년을 전후로 설립됐기 때문에 그룹 총수들은 노인층이 대부분이다.
호주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며,70세를 넘긴 경영자도 10명 중 한명꼴로 흔하다.
JP모건 조사에 따르면 이들 창업주 가운데 52%는 자손이 가업을 이어나가길 원하고 있다.
2세대,3세대를 넘어서까지 '소유와 경영'이 통합된 가족경영 기업 형태를 유지해 달라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족 내에서 후계자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창업주가 사망하면 가족들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최악의 경우 기업이 매각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일부 창업주들은 기업에 대한 애착이 너무도 강해 사망 직전까지 후계자를 뽑지 않기도 한다.
자손은 신뢰할지라도 그들의 배우자는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콕스 패밀리 엔터프라이즈 센터의 조 아스트란 연구원은 "전 세계 가족경영 기업 중 3분의 1만이 세대 교체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1백년 이상 가족경영 형태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기업은 일찍부터 확고한 '가족 지배구조'를 정착시켰으며,구성원간의 이해 상충 문제도 합의된 원칙에 따라 해결한다.
또 가족 구성원이 1년에 최소 4차례는 반드시 모임을 갖고 토론을 벌일 정도로 다양한 '언로(言路)'도 마련해 두고 있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질 때는 후계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든든한 전문 경영진들이 포진하고 있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가족경영 기업들은 일반 기업에 비해 사회적 책임 의식도 매우 높다"며 "가족경영 기업들이 없었다면 사회·경제 발전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