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와 KT&G(옛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5년째 진행 중인 '담배소송'과 관련,흡연과 폐암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조관행 부장판사)의 의뢰를 받아 원고측 6명에 대한 신체감정을 한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교실은 5일 공개한 감정서에서 "흡연 경력과 폐암 등의 질환 사이에 구체적이고 분명한 인과관계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측은 "원고의 흡연량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진료기록부 상으로도 흡연 이외의 위험 인자들에 얼마나 노출돼 있었고 각 위험 인자들이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판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병원측은 감정서에서 "현대의학은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역학적 연구를 하지만 그 결과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적 폐암 위험도를 뜻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사례에 단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원고들에 대한 개별적인 감정 결과,폐암의 일종인 소세포암 환자인 방모씨 김모씨 허모씨 등 3명은 발병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거의 완치된 상태며 장기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들은 과거에 대기오염 음주 농약 목재분진 등에 함께 노출돼 흡연과 발암 과정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다. 또 사망한 조모씨와 김모씨는 흡연과 관련성이 낮은 샘암과 비소세포암으로 각각 진단받았으며,역시 사망한 이모씨도 흡연자에게 발병률이 높은 후두암과 폐암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사망 이전 음주 농약 매연 등 위험 인자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다만 방모씨 등 4명의 경우 역학적으로 봤을 때 흡연이 폐암의 외래원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흡연만이 폐암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병원측은 덧붙였다. 이번 신체감정은 환경·산업의학 호흡기내과 신경정신과 역학 법의학 전공 의사 5명으로 구성된 감정팀에 의해 진행됐다. 원고에 대한 진료기록부상의 진단 경과,진단명,치료 내용 검토는 물론 가족의 병력,직업환경,흡연경력에 대한 인증서 검토 및 생존자에 대한 신체감정 등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번 감정서의 의미에 대해 "감정 결과는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판단에 참고할 뿐"라며 "이번 감정은 6명의 원고에 대한 것이지 일반적으로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에 대한 감정 평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달 22일까지 증거를 모두 제출받고 집중 심리를 통해 가능한 빨리 결심을 하겠다"고 밝혀 5년을 끌어온 담배소송의 1심 결론이 곧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원고 중 5명에게서 흡연이 폐암이나 후두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거나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정서에 대한 추가 질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담배소송은 김모씨 등 31명이 지난 99년 장기적인 흡연으로 폐암 등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총 3억7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