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구청장 등 전국의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중앙 정부와 공무원노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현재까지 불법단체인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는 일선 지자체에 대해서는 책임자 징계는 물론 교부금 삭감 등 재정적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는 "사실상 합법 단체인 노조 명의로 단체협약을 맺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압력을 가함에 따라 지자체장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인천시 남동·부평·서구청은 지난 9월을 전후해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행정자치부가 지난 4일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자 해당 구청장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맺은 한 구청장은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것은 상호 약속에 불과한 것이지 위법이나 탈법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부세를 삭감한다는 것은 결국 해당 지자체의 주민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다른 구청장은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공무원노조 주장을 도외시하기 어려운 게 일선 지자체의 현실"이라며 "중앙정부가 일선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경남도는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와 단체교섭 승인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공노 경남지부는 "김태호 지사가 지난 6·5 보선 후보 때 약속한 단체협약 체결을 즉각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김 지사를 난감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또 경남지역 일선 기초 지자체 가운데 전공노 지부와 이미 단체협약을 맺은 시·군은 협약서 상의 '노조' 문구를 '직장협의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진주시의 경우 협약서 서명 당사자 표기를 놓고 1년 넘게 줄다리기를 하다 최근 '노조지부장' 명의의 단체협약을 조인,곤란한 입장에 놓였다. 경남도 관계자는 "노조 명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시·군 대부분이 법 허용선인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 개선,인사제도 개선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정부 방침이 워낙 완강해 행정지도를 통해 협약서상의 문구 수정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박준영 지사가 보궐선거 때 약속한 사안이라며 단체교섭 체결에 응하라는 전공노 전남지부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는 조치를 취해놓고서 이제와서 초강경 대응을 한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며 "애매하게 지자체장들만 곤란을 겪고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김인완·부산=김태현·대구=신경원 광주=최성국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