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일째 내림세 ‥ 외환위기후 처저 1100원선도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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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거듭하며 1천1백1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흐름 속에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2000년9월4일 1천1백4원40전)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7년간 깨지지 않은 1천1백원대를 지킬지,아니면 추가 하락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추세적인 달러 약세(원화환율 하락세)를 저지할 요인이 별로 없어 보이고 외환당국도 시장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율상승 요인이 없는 시장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9일(1천1백44원80전) 이후 단 하루를 빼고 11일(거래일 기준) 내내 하락했다.
4년간 유지됐던 1천1백40원선이 무너진 지 불과 9일 만인 5일에는 1천1백10원60전까지 하락,1천1백원대를 코 앞에 뒀다.
환율수준도 문제지만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의 소리가 높다.
미국 대선이란 불확실성이 사라졌지만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달러 약세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인데다 국내에서도 환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떠받쳐온 외환당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적극적인 달러 매수세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밖에서는 달러약세 지속,안에서는 그동안 쥐고 있던 달러화 물량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국내 외환시장이 자연스럽게 흡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도 "환율의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천1백10원선마저 깨질까
향후 환율 흐름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천1백원선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음주에 심리적 지지선인 1천1백10원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소 전망이 엇갈린다.
황연태 LG선물 연구원은 "1천1백10원선이 무너지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1천1백4원선까지 가시권 내에 들어오게 되므로 이 심리적 지지선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1천1백10원은 별 의미가 없는 지지선으로 보인다"며 "6일(한국시간) 발표될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전되면 환율의 일시적 반등이 있을지 몰라도 1천1백원대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달러약세로 엔·달러 환율이 더 내려간다면 원화환율도 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재정경제부로부터 외환시장 개입 바통을 넘겨받은 한은은 일단 환율방어를 위해 무리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흐름도 중요하고 국내에서 1천1백10원선도 분명히 심리적인 지지선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의 움직임에 비춰볼때 '낙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지만 엔화환율 하락 등의 변수로 환율이 밀리면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일단 미국 고용동향 등 미 경제지표들의 호전여부가 다음주 외환시장에는 단기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