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종합투자계획)'에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을 동원하는 계획을 놓고 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연기금 부실화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당·정·청 경제워크숍'에서 내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부터는 정부 예산뿐만 아니라 연기금 공기업 사모펀드 외국자본 등 가용 재원을 최대한 끌어들여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종합투자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경제통 의원들은 연기금을 동원한 정부의 뉴딜 계획이 '근본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자칫 국민연금 등의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정세균 의원은 "지금 경제문제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민간 부문의 종합대책을 만들어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한 뒤에야 연기금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의원도 "연기금을 경기부양용 투자에 끌어들였을 때 정부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있겠으나 원금 손실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추진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도 당론으로 반대할 것임을 밝혀 민간투자법 개정 등 관련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정책으로 경제를 망쳐 놓고 결국 국민세금이 들어갈 재정적자와 연기금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규제 철폐와 감세(減稅)정책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한국판 뉴딜은 마약과 같은 투자정책으로 한나라당으로선 당론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올해 예산심의 때부터 문제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양준영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