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코스닥 운영 차별화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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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桂燮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증권거래소 체제가 늦어도 내년 초까지 크게 개편된다.
기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선물거래소는 통합거래소라는 한 지붕 밑에서 각각 사업본부로 거듭난다.
우리 경제의 성장과 함께 발전한 증권거래소,세계적으로 급성장한 선물거래소는 논외로 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본조달시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코스닥증권시장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지난 1996년 7월에 개설한 이 시장은 지난 2000년 초에 주가가 급등한 이래 세계적 정보산업 붐의 퇴조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랜트 손톤 보고서 2003년판에 의하면 코스닥은 세계 44개 신시장 중에서 미국 나스닥과 영국 AIM,캐나다 TSX-V와 함께 투자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선사한 4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닥에는 2000년부터 2003년 말까지 6백35개 회사가 등록했고 2백25개 회사가 퇴출당했다.
이에 비해 증권거래소는 71개 회사가 상장했고 1백29개 회사가 퇴출됐다.
이를 보면 코스닥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가의 지속적 하락과 일부 등록기업의 사고와 부실경영 때문에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차세대 성장기업으로서 일반 금융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을 얻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해주고 아울러 상대적으로 위험은 높지만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기에 이러한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것으로 보였는데 여러 등록기업의 사고로 말미암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만약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채 통합할 경우에 큰 시장 사이에 낀 작은 시장으로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을까 우려된다.
정부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해 실시했던 여러 정책은 코스닥주가의 퇴조와 함께 유명무실해졌는데 이번 거래소 통합을 계기로 이를 다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코스닥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시켜 청년실업을 줄이고 수익유발 효과가 큰 신생산업을 육성해 미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코스닥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특성과 규모별 등록 요건을 다양화해야 한다.
등록을 쉽게 하고 국제기준에 맞춰 등록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외기술주도 등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문제가 있는 등록기업은 거래 정지와 함께 퇴출을 신속하게 해주어야 한다.
불량기업을 퇴출시킴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셋째 등록기업과 투자자 양측에 대해 가능한 세제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공개법인 주주가 공개법인과 합병을 해서 얻은 주식에서 나타나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제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넷째 규모가 작은 등록기업에 부과되는 각종 공시제도,규제들을 완화시켜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는 대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공시 등에 대해서는 감리기능을 강화하고 처벌해야 한다.
기존 증권거래소와 독립적 수평구조를 가지는 코스닥과 같은 신시장의 통합 사례는 세계적으로 발견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물리적으로 이들을 통합할 경우엔 증권거래소의 공신력이 추락하거나 코스닥의 장기적인 소멸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을 통합한다 하더라도 두 시장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고,특히 운영의 차별화를 보장해야 한다.
코스닥도 지금과 같이 매매거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식연계증권과 같은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시장효율성을 높이고 코스닥 기업의 채권시장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미 외국인 주주들이 소유한 상장기업과 등록기업들이 각종 규제를 피해 자진퇴출하기 시작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서는 우량 기업이 계속 사라져 투자자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코스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기업 발굴이 시급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코스닥은 전통적 대기업의 거래소시장과 상호 보완적인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금융산업 발전과 함께 우리 경제의 질적 성장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