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일즈 외교, 시빗거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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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孝成 < 대한상의 부회장 >
최근 각국 정상들의 세일즈 외교가 줄을 잇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국가 원수가 기업을 대신해 물건을 팔거나 수주를 따내기 위해 '이역만리 발품팔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순방의 주타깃이 중국 러시아 등 사업기회가 많은 국가들이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올해 중국과 미국 등을 방문했을 때 4백여명의 기업인을 이끌고 다녀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도 중국 방문 때 3백여명을 대동했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수출업계 대표를 거의 총동원 하다시피 해 중국을 방문했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지난 5월 독일 방문 때 80여명의 경제계 인사들을 데리고 갔다.
이처럼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하는 이유는 국가 원수의 외교력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 원수가 수주를 부탁하거나 거래성사를 측면 지원해주기도 하고 기업은 방문국의 고위층을 상대로 한 '얼굴 알리기'와 미래의 사업기회 포착에 주력한다.
그야 말로 외교와 세일즈가 결합된 새로운 외교 풍속도이자 경제전쟁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단체장,대기업 회장 등 경제계 인사 50여명을 이끌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을 순방하는 세일즈 외교를 전개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고 개발사업이 즐비해 국가전략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에는 그야 말로 기회의 땅이기도 해 매우 의미있었다.
다행히 많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기업인들 또한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양국간 에너지 협력체계를 구축했고 대기업들은 대형 수주계약으로 러시아 진출의 발판을 확고히 하게 됐다.
특히 타국에서 우리 기업의 활약상을 체험한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기업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하는 등 기업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에서 기업인을 동행한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것은 안타깝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룹 회장과 경제단체장들이 대거 동행했다거나,기업인 선정과정의 혼선,현지에서의 기업인 푸대접 등이 주요 시빗거리다.
하지만 경제단체장들은 계약이나 수주건은 없었지만 간담회 등 양국 기업인들 사이의 교류확대를 위한 민간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와 관련,최근 러시아 경제사절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서울상의와 모스크바상의간 경협의정서를 체결하고 상담을 벌이게 된 것도 그 당시 민간외교 성과의 일부다.
또한 세일즈 외교의 실질적 당사자들인 그룹회장들의 동행을 이유없는 일로 폄훼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룹차원의 계약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방문국의 정부측 인사들을 만나고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는 것,더구나 대통령이 기업을 위해 일해주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세일즈 외교를 뒷받침하는 것 등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기업인을 선정할 때 너무 외형이나 모양새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순방의 취지와 사업기회 등을 고려해 내실 있게 사절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에서 우리정부는 기업의 든든한 우군역할을 하므로 방문국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몇년 전 경제부처 장관을 모시고 중동지역 국가를 방문했을 때 동행기업들이 방문국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을 장관의 도움으로 해결한 일도 있었다.
이와 함께 현지활동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철저한 사전준비와 아울러 현지 프로그램을 좀 더 알차게 편성해 기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결실을 맺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실시해 나가야 한다.
지금 세계는 방대한 시장과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 치열한 세일즈 외교 경쟁에 돌입했다.
소모적인 논쟁거리를 들추기보다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