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야.지금 성장성이 높은 건 고가 시장뿐이고.우리도 빨리 고가의 신제품을 내놓아야 돼." "차라리 '값은 싸지만 품질은 최고'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확실히 심어주는 게 어때? 중·저가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는 거지." 지난 1일 오후 1시 연세대 상대 별관 B-110호실.60여명의 학생들이 3명씩 짝을 이뤄 가상의 화장품 회사 '프리마'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여념이 없다. 프리마의 시장점유율과 매출 소비자분포 유통망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가며 열띤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웬만한 기업의 임원회의를 방불케 한다. 경영학도들이 화장품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영전략 게임 '로레알 e-스트래트 챌린지'가 이 학교 마케팅전략 수업의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됐기 때문.가상의 화장품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돼 직접 경영을 해 보는 이 게임은 4회 대회까지 온라인에서만 진행됐으나 올해부터는 온라인과 별도로 오프라인 수업과의 연계를 모색해 미국 와튼스쿨 켈로그스쿨,프랑스 인시아드 등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들이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선두 주자로 나서 이날 첫 '아카데믹 챌린지'를 시작했다. 연세대 학생들은 팀원들간의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한번씩 총 5회의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향후 6개월동안 프리마의 경영전략으로 결정된다. 즉 이들에겐 1주일이 6개월이어서 5주가 지나 한 학기가 끝나면 2년6개월간 회사를 경영한 결과가 된다. 팀원들이 내린 의사 결정의 결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끄는 가상의 경쟁 기업들과 매번 비교돼 주가지수(SPI)에 반영된다. 졸업 후 소비재 산업분야에 취직하고 싶다는 박정우씨(4학년)는 "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경영 이론을 실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적용해 볼 수 있어 대만족"이라며 "신입사원도 아닌 CEO의 입장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자 매력"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수강생 김혜원씨(4학년)는 "다른 팀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며 "평소 '왜'라는 질문에 대응할 논리적인 근거를 생각해가며 말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아 토론이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 CEO'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경영 고문 역할을 하는 김동훈 교수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키워주는 데는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만한 것이 없다"며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학교 수업시간에 도입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현실에 접목시켜 보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