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에서 '실버카(노인용 자동차)'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노인용 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도요타 닛산 포드 등 일본과 미국의 차메이커들이 노인들이 손쉽게 운전하고 승하차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자동차 업체들에 노인용 자동차 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은 시장 규모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에도 못 미치지만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용 차시장도 함께 급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출생한 베이비 붐 세대가 조만간 대거 은퇴하는 연령에 도달하며,중국에서도 '1가구 1자녀 갖기 운동'의 영향으로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내년에 4억7천2백만명에 달할 전망이며 2010년쯤이면 세계 인구의 25%가 노인들로 채워진다. 모든 가정에서 최소한 1명 이상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닛산자동차는 7백명의 기술인력을 노인용 자동차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이 회사의 소형밴 '마치(March)'는 휠체어 장착을 위한 전동식 크레인을 갖추고 있다. 또 운전석은 승하차가 쉽도록 회전식 좌석으로 만들었다. 도요타는 어린이에서 노인들까지 모든 연령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유니버설 디자인 이니셔티브' 운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용 자동차에는 리모컨으로 휠체어를 옮길 수 있는 장치를 구비했으며,노인들은 주차시 뒤쪽을 잘 보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물체 감지용 레이더 설치도 확대하고 있다. 포드는 노인층을 일컫는 '제3세대(third age)'라는 개념을 자동차 제작의 핵심 철학으로 삼았다. 이 회사 디자이너들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낙하산복을 입고 짙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동의 불편함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다. 포드500 시리즈 운전석이 일반 차량보다 높은 이유는 노인들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하려는 포드 디자이너들의 배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노인용 자동차 시장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로선 시장이 너무 작은 데다 각종 장치를 구비하려면 적게는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달러까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미국 노인들은 '자동차=젊음'이라는 인식이 강해 노인 전용보다는 젊은 이미지의 차종을 선호한다. WSJ는 "노인용 자동차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소비자의 고령화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노인층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누가 먼저 내놓느냐가 승패를 갈라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